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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은 장날만 반짝 살아난다는 말,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1943년 개설 이후 80년 넘게 이어온 홍성오일장을 직접 걸어보고 나서야 그 말이 얼마나 단순한 일반화인지 실감했습니다. 매월 끝자리 1일과 6일마다 충남 홍성군 홍성읍 홍성천길 일대가 통째로 달라집니다. 장날 하루 그 에너지는, 사진이나 영상으로는 도저히 전달이 안 됩니다.

장날풍경 — "시골 오일장이 별거 있겠어"는 편견이었습니다
홍성오일장에 대해 일반적으로 "규모가 소박한 지역 장터" 정도로 알고 있는 분들도 있는데, 제가 직접 장날에 맞춰 걸어보니 이야기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홍성천변을 따라 난전(亂廛)이 끝없이 펼쳐지는데, 난전이란 정식 점포 없이 노천에 좌판을 펼치는 임시 상설 구역을 말합니다. 이 난전이 골목 안쪽까지 깊숙이 이어져 있어서, 처음에는 어디서 끝나는지 감도 안 잡혔습니다.
해산물 판매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점이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물이 맑은 지역 특성 덕분인지 전복, 소라, 킹크랩 크기의 갑각류들이 활어 상태로 수북이 쌓여 있었습니다. 인근 농가에서 직접 캐왔다는 나물과 옥수수도 가득했는데, 옥수수 한 봉지에 3,000원, 두 봉지면 5,000원이라는 즉석 흥정이 오가는 모습이 진짜 오일장 특유의 정취였습니다.
제가 직접 사 먹어본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기름에 튀긴 김말이였습니다. 당면이 들어간 매콤한 속 재료가 바삭한 김과 어우러지는 맛인데, 서울 대형마트에서 파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됐습니다. 줄을 서야 할 만큼 사람이 많이 몰려 있었고, 상인들이 "떨이요!" 외치는 소리와 덤으로 얹어주는 인심이 대형마트 쇼핑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감각이었습니다.
- 개설 연도: 1943년 / 위치: 충남 홍성군 홍성읍 홍성천길 242 (대교리 일원)
- 장날 주기: 매월 끝자리 1·6일 (1, 6, 11, 16, 21, 26일) — 오일장(五日場) 방식
- 비장날: 상설시장으로 운영되며, 장날 대비 규모와 활기가 크게 줄어드는 편
- 주력 품목: 해산물, 지역 농산물(나물·옥수수), 의류, 길거리 먹거리
오일장(五日場)이란 5일 간격으로 서는 장시(場市) 형태를 말합니다. 조선시대부터 이어온 전통적인 시장 개설 방식으로, 한국 농촌 경제의 근간을 이루던 유통 시스템입니다(출처: 국립민속박물관). 홍성오일장은 1943년 개설 이후 이 방식을 80년 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홍주읍성 — 장터 바로 옆에 조선시대 성곽이 있다는 사실
홍성오일장에만 집중하다가 자칫 놓칠 뻔한 곳이 있었습니다. 장터에서 걸어서 5분도 안 되는 거리에 홍주읍성(洪州邑城) 성벽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음에도, 실제로 마주하니 규모에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읍성(邑城)이란 조선시대 고을 행정·군사 중심지를 방어하기 위해 쌓은 성곽으로, 흔히 도심 한복판에 이 정도 규모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조양문(朝陽門)이라는 동문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1870년대 고종 연간에 세워진 문루(門樓)로, 현존하는 성문 중에서는 비교적 근현대에 가깝게 재건된 편입니다. 제가 처음 조양문을 마주했을 때 수원 팔달문이 떠올랐는데, 실제로 같은 문루 형식의 건축 구조를 공유하고 있어서 그 유사감이 우연은 아니었습니다. 북문 망화문(望華門)도 성벽과 연결되어 있고, 성곽을 따라 이어지는 홍주성 둘레길을 걸으면 성벽 안쪽과 바깥쪽의 지형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성안에는 홍성군청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군청 경내에 옛 감옥 터, 연못 터(홍주아문 관련 유적), 그리고 김좌진 장군 동상이 함께 있는데, 단순한 행정 건물 단지가 아니라 살아있는 역사 공간처럼 느껴졌습니다. 홍주읍성은 충청남도 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에서도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출처: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성벽 위로는 오르지 말라는 안내가 곳곳에 붙어 있었습니다. 솔직히 올라가 걷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는데, 성벽 훼손 방지를 위한 조치라는 걸 알기에 참았습니다. 대신 군청 내부 언덕에서 바라본 조망이 꽤 시원했고, 성문과 아파트가 한 프레임 안에 들어오는 장면이 홍성이 가진 시간의 층위를 잘 보여준다고 느꼈습니다.
내포신도시의 그림자 — 전통시장이 혼자 버티기엔 구조가 불리합니다
홍성오일장 자체는 활기찼지만, 장터를 돌아보고 나올수록 한 가지 불편한 사실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홍성읍의 현재 인구는 약 3만 4,000~5,000명 수준인데, 제가 다녀온 시점 기준으로 불과 10여 년 전에는 3만 5,000명에 육박하던 수치가 오히려 줄어든 것입니다. 이유는 내포신도시(內浦新都市) 개발에 있습니다.
내포신도시란 충청남도청 이전을 계기로 홍성군 홍북읍 일대에 조성된 계획도시를 말합니다. 충남도청이 대전에서 이곳으로 옮겨오면서 젊은 인구와 행정 기능이 급격히 신도시 쪽으로 흡수됐고, 그 여파가 홍성읍 구도심 상권에 직격으로 이어졌습니다. 내포신도시 홍북읍 인구는 4만 명을 넘어선 반면, 홍성읍은 정반대 흐름을 걷고 있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이 구조에서 홍성오일장이 장날에만 반짝 살아나는 형태라는 점은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입니다. 제 경험상 장날 이외의 상설시장 구역은 분위기가 확연히 다릅니다. 빈 점포가 눈에 띄고, 유동 인구도 장날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줄어듭니다. 지자체 차원에서 시설 현대화나 주차 공간 개선 사업이 진행 중이라고는 하지만, 젊은 층이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돌릴 만한 콘텐츠 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의 핵심 지표 중 하나인 유효 상권 반경(有效商圈 半徑), 즉 시장이 실질적인 소비자 흡인력을 발휘하는 지리적 범위를 뜻하는 이 개념에서, 홍성오일장은 장날에는 광역 흡인력을 발휘하지만 비장날에는 그 반경이 급격히 좁아지는 구조입니다. 이 간극을 줄이지 못하면 장기적 자생력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 제 솔직한 판단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홍성오일장 장날이 언제인지 어떻게 확인하나요?
A. 매월 끝자리가 1과 6인 날이 장날입니다. 1일, 6일, 11일, 16일, 21일, 26일에 장이 섭니다. 오일장(五日場)이라는 이름처럼 5일 간격으로 운영되는 방식인데, 방문 전날 날짜를 한 번만 확인하면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Q. 홍성오일장이랑 홍주읍성을 하루에 같이 돌아볼 수 있나요?
A. 충분히 가능합니다. 제가 직접 걸어보니 장터에서 조양문까지는 도보 5분 내외였고, 군청 경내 홍주읍성 주요 지점까지 포함해도 반나절이면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읍성 전체 둘레는 규모가 크기 때문에 성곽 트레킹까지 욕심 내면 시간이 생각보다 더 걸릴 수 있습니다.
Q. 홍성오일장 주차는 어떻게 하나요?
A. 장날에는 차량이 몰려 주차가 쉽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홍성터미널 인근이나 군청 주변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낫다고 알려져 있는데, 제 경험상 장날 오전 중에는 자리 경쟁이 꽤 치열했습니다.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이른 오전에 방문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Q. 홍성오일장에서 꼭 먹어봐야 할 먹거리는요?
A. 제가 직접 먹어본 것 중에는 당면이 들어간 매콤한 김말이가 단연 인상적이었습니다. 해산물 판매대도 압도적으로 많아 싱싱한 활어류를 저렴하게 살 수 있고, 옥수수는 두 봉지에 5,000원 수준이라 가성비가 좋았습니다. 장터 안쪽 국밥 골목의 순대국밥도 넉넉한 인심으로 유명하다는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습니다.
결론
홍성오일장은 "한번 가볼 만한 시골 장터"라는 표현이 오히려 과소평가처럼 느껴질 만큼 볼거리와 먹거리, 그리고 사람 사는 냄새가 진한 곳이었습니다. 장날의 난전 에너지, 바로 옆 홍주읍성의 역사적 깊이, 그리고 내포신도시 개발이라는 현실적 맥락까지 한꺼번에 체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시장 구경을 넘어 충남 홍성이라는 도시의 현재를 읽는 경험에 가까웠습니다.
장날(끝자리 1·6일)에 맞춰 방문해 오일장을 먼저 돌아본 뒤, 조양문과 홍주읍성 둘레를 걸으며 마무리하는 동선이 제가 느끼기에 가장 효율적이고 알찬 코스였습니다. 충남 서해안 방면으로 이동하는 길이라면 홍성읍에 한두 시간을 투자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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