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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년 역사를 품은 장터가 지금도 매월 1일과 6일마다 천안 병천면에서 문을 엽니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240년이라면 조선 후기부터 이어진 셈인데, 그 장터가 아직도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게 쉽게 실감이 나지 않았거든요. 직접 가보고 나서야 그 말이 무게감 있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병천오일장 드론으로 찍은 이미지



아우내장터, 그 이름이 품은 시간

병천오일장이 여느 전통시장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장터가 단순한 거래의 공간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과거 아우내장터로 불리던 이곳은 1919년 유관순 열사가 만세운동을 이끌었던 독립운동의 터전입니다. 여기서 아우내(竝川)란 두 개의 냇물이 합쳐지는 지형을 뜻하는 순우리말로, 지금의 병천(竝川)이라는 한자 지명이 바로 이 말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제가 이른 아침에 장터에 도착했을 때, 이미 새벽 서너 시부터 자리를 잡은 상인들이 가판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진천에서 25분을 달려와 30년 넘게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현대식 지붕 대신 천막이 줄지어 들어선 풍경은 타임머신을 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정겨웠습니다.

특히 인장(印章) 장인 장봉순 씨의 가판 앞에서 발길이 멈췄습니다. 인장이란 개인의 신원을 법적으로 증명하는 도장을 의미하는데, 서당에서 한문을 익힌 뒤 독학으로 50여 년간 같은 자리를 지켜온 장인의 손끝에서 나온 작업물은 기계로는 절대 복제할 수 없는 결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컴퓨터 조각기가 대중화된 지금도 전통 방식 수각(手刻), 즉 손으로 직접 새기는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를 옆에서 지켜보며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병천오일장이 단순한 향수 공간이 아니라 살아 있는 문화유산으로 기능하는 건, 이처럼 오랜 직인(職人) 정신이 장터 구석구석에 스며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 개장 주기: 매월 끝자리 1일·6일 (월 6회)
  • 위치: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 병천리
  • 역사: 240년 이상, 구한말 아우내장터로 불리던 독립운동의 현장
  • 규모: 천막 상가 중심, 농산물·먹거리·잡화·생닭 등 다양한 품목
요약: 병천오일장은 240년 역사의 아우내장터가 그 뿌리로, 지금도 전통 수각 인장 장인 등 직인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공간입니다.

 

병천순대국밥, 왜 유독 이 장터가 유명한가

병천에 순대국밥집이 20곳 넘게 몰려 있다는 사실, 처음 들으셨나요? 저는 처음 그 숫자를 접했을 때 과장처럼 들렸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장터를 걷다 보면 골목마다 순대국밥 간판이 이어지는 풍경이 낯설지 않게 느껴집니다. 병천순대국밥은 이제 단순한 향토 음식을 넘어, 지역 공동 브랜드(Local Food Brand)로 자리 잡았습니다. 지역 공동 브랜드란 특정 지역의 식재료와 조리 방식을 묶어 하나의 대표 이미지로 통합한 마케팅 개념으로, 제주 갈치나 진주 냉면과 같은 맥락입니다.

제가 직접 먹어봤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육수의 밀도였습니다. 돼지 부속물과 사골을 오랜 시간 뭉근하게 끓여낸 육수는 따로 조미를 하지 않아도 묵직한 감칠맛이 났고, 여기에 탱글탱글하게 익은 순대가 넉넉하게 올라왔습니다. 소창(小腸), 즉 돼지의 작은 창자에 채소와 당면을 채워 만드는 병천식 순대는 찹쌀이나 두부를 넣지 않고 호박·양파·부추·대파와 선지만으로 속을 채운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 방식이 수십 년 전 노포(老鋪) 어머니 세대에서 자연스럽게 정착된 레시피라는 걸 알고 나니,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구전(口傳)으로 이어진 식문화 자산처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순대가 제대로 익었는지 판별하는 방법도 흥미로웠습니다. 가늘게 찔러봤을 때 맑은 국물이 나오면 완숙, 핏물이 비치면 아직 덜 익은 것이라는 기준은 수십 년의 경험이 압축된 감각입니다. 어떤 레시피북에도 정확히 담기 어려운 노하우가 장터 순대 한 그릇 안에 들어 있다는 사실이, 제가 이 장터를 다시 찾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출처: 천안시청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병천순대국밥 거리는 천안 대표 향토 음식 특화 거리로 지정되어 있으며, 관광 자원으로서의 가치도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요약: 병천순대국밥은 소창에 채소·선지만 채운 전통 레시피가 수십 년째 이어지는 지역 공동 브랜드로, 장터의 가장 강력한 집객 요소입니다.

 

전통시장의 미래, 낭만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병천오일장을 다녀온 뒤 가장 오래 머릿속에 남은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이 장터는 앞으로 10년 뒤에도 이 자리에 있을까요?

장을 찾는 상인들의 평균 연령은 대부분 60대 이상입니다. 떡방앗간을 26년째 지켜온 사장님, 30년 넘게 인장을 새겨온 장인, 50여 년간 이 자리를 지켜온 상인들의 이야기는 뭉클하지만, 동시에 그 자리를 채울 다음 세대가 얼마나 될지를 생각하면 마음 한편이 서늘해집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전통시장 및 상점가 실태조사(출처: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국내 전통시장의 점포 수와 매출은 대형 온라인 유통 플랫폼의 성장과 맞물려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서 유통 플랫폼이란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디지털 기반 거래 중개 시스템을 의미하며, 새벽 배송과 당일 배송이 일상화된 지금, 오일장의 경쟁 상대는 이제 옆 시내 마트가 아니라 스마트폰 안 앱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병천오일장에는 앱에서 살 수 없는 것이 분명히 있습니다. 갓 뽑은 쑥인절미를 즉석에서 써는 광경, 앵무새를 어깨에 올려보는 체험, 여러 나라 말로 손님을 맞이하는 과일 장수의 유머 감각. 이런 것들은 어떤 배송 박스에도 담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가치를 유지하려면 낭만을 소비하는 것에서 한발 나아가야 합니다.

지자체의 단발성 축제형 행사에 그치지 않고, 주차 인프라 개선, 간편 결제 시스템 도입, 위생 환경 현대화 같은 실질적인 기반 투자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이 '보여주기'에 집중되는 한, 상인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변화는 더디게 올 것입니다. 이 장터가 가진 역사적 자산 가치는 그 어떤 신규 관광지도 따라올 수 없는데, 그걸 활용하는 방식이 여전히 아쉽다는 생각은 지금도 지워지지 않습니다.

요약: 전통시장의 생명력을 이어가려면 낭만의 보존만큼이나 인프라 현대화와 실질적 행정 지원이 함께 가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병천오일장은 언제 열리나요?

A. 매월 끝자리가 1일과 6일인 날에 열립니다. 예를 들어 1일, 6일, 11일, 16일, 21일, 26일이 해당하며, 월 최대 6회 개장합니다. 위치는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 병천리입니다.

 

Q. 병천순대국밥이 유명한 이유가 뭔가요?

A. 찹쌀이나 두부 없이 채소와 선지만으로 소창(돼지 소장)을 채우는 전통 레시피가 60년 이상 이어져 온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장터 내에만 20곳이 넘는 순대국밥집이 운영 중일 만큼 집적도가 높고, 집마다 레시피가 조금씩 다르다는 점도 재방문 이유가 됩니다.

 

Q. 병천장에서 카드 결제가 되나요?

A. 일부 점포는 카드 결제가 가능하지만, 전통시장 특성상 현금을 준비해 가는 편이 훨씬 편리합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도 노점 상인 대부분은 현금 거래를 기본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Q. 병천오일장에 주차장이 있나요?

A. 장날에는 방문객이 급격히 늘어 주차 여건이 상당히 불편해집니다. 인근 공영 주차장을 이용하거나, 가급적 대중교통을 병행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주차 문제는 이 장터가 가진 고질적인 인프라 과제 중 하나입니다.

 

Q. 아이와 함께 가도 볼거리가 있나요?

A. 충분합니다. 장터 내에 앵무새 등 이색 조류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코너가 있어 아이들이 특히 좋아합니다. 즉석 떡 제조 과정을 구경하는 것도 좋은 체험이 됩니다. 다만 장날 오전 시간대는 혼잡하므로 이른 시간에 방문하는 편이 낫습니다.

 

결론

병천오일장은 240년이라는 숫자가 허세가 아님을 직접 가야만 알 수 있는 곳입니다. 아우내장터라는 이름에 담긴 역사적 무게, 소창에 채소만 채운 순대국밥 한 그릇, 50년째 같은 자리에서 손으로 이름을 새기는 인장 장인까지. 이 모든 것이 같은 공간에 공존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 장터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장터가 앞으로도 살아남으려면 감동적인 스토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주차 문제와 결제 인프라, 위생 환경처럼 방문자가 가장 먼저 마주치는 현실적 불편함을 해소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중요합니다. 5일에 한 번, 천안 병천면으로 향하는 그 장날을 달력에 미리 표시해 두고 가보시길 권합니다. 새벽 일찍 출발할수록 쑥인절미는 더 따뜻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mbc%EB%8C%80%EC%A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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