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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이라면 그냥 둘러보다 나오는 곳이라고 생각하셨나요? 저도 솔직히 그런 마음으로 태안서부시장 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장날에 맞춰 방문한 그날, 수조 속에서 꿈틀거리는 낙지와 갓 손질한 바지락 더미 앞에서 발이 묶여버렸습니다. 서해안 제철 수산물이 이렇게 한자리에 다 모여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서해안 수산물의 집결지, 태안서부시장
태안서부시장은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되는 상설시장입니다. 여기서 상설시장이란, 특정 날짜에만 열리는 오일장과 달리 날마다 상인이 자리를 지키며 물건을 파는 형태를 말합니다. 다만 매월 끝자리가 3이나 8로 끝나는 날(3, 8, 13, 18, 23, 28일)에는 도로변에 노점과 먹거리 상인이 대폭 늘어나 시장 분위기가 한층 달아오릅니다.
제가 직접 방문한 날도 장날이었는데,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고소한 기름 냄새와 충청도 사투리 흥정 소리가 뒤섞이며 몸이 먼저 반응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사진이나 영상으로는 절대 전달이 안 됩니다. 직접 발을 디뎌봐야 알 수 있는 감각이었습니다.
수산 골목에 들어서니 꽃게, 바지락, 자연산 대하, 낙지, 전복, 문어, 멍게, 해삼, 가리비까지 서해안에서 나는 거의 모든 해산물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가격도 예상보다 합리적이었는데, 새우는 1kg에 28,000원, 가을 제철인 생물 전어는 구이용 기준 1kg에 15,000원 수준이었습니다. 국내산 원산지 표시가 붙어 있어 믿고 살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가 특히 인상 깊었던 건 뻘에서 갓 잡아 올린 낙지였습니다. 뻘낙지란 서해안 갯벌(뻘)에서 채취한 낙지로, 양식산과 달리 육질이 쫄깃하고 향이 강한 것이 특징입니다. 수조 밖으로 다리를 뻗어 움직이는 낙지를 보면서, 이게 진짜 싱싱함이구나 싶었습니다. 캠핑용으로 자연산 대하를 박스째 사가는 여행객도 꽤 많이 보였는데, 그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수산물 외에도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건어물 골목이 이어집니다. 말린 우럭, 가오리, 갈치 같은 건생선과 곱창김, 감태, 새우젓 같은 젓갈류까지 구성이 알찼습니다. 곱창김이란 김을 여러 겹 겹쳐 기름에 구워낸 형태로, 얇은 조미김보다 풍미가 훨씬 진합니다. 시장 중심부 쪽 먹거리 구역에서는 할머니가 직접 구워주는 호떡도 맛볼 수 있었는데, 그 소박한 풍경이 오히려 기억에 오래 남았습니다.
- 상설시장 운영: 매일 06:00~20:00, 장날(3·8일 끝자리)에는 오일장 노점 추가 운영
- 주요 수산물: 꽃게, 바지락, 자연산 대하, 뻘낙지, 전복, 생물 전어(1kg 15,000원), 새우(1kg 28,000원)
- 건어물·젓갈류: 곱창김, 감태, 새우젓, 말린 우럭·가오리·갈치 등
- 먹거리: 바지락칼국수, 할머니표 호떡, 시장 내 푸드코트
오일장 분위기와 아쉬운 점, 그리고 주변 코스
태안 오일장은 서부시장과 동부시장 사이 '걷고 싶은 거리' 일원에서 장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열립니다. 여기서 오일장이란, 5일 간격으로 돌아오는 날에 도로변이나 광장에서 임시로 개장하는 장터 형태를 가리킵니다. 노점 특성상 인근 마을에서 직접 재배한 나물과 농산물을 소쿠리에 담아 나오신 할머니들, 즉석 뻥튀기와 도넛 좌판, 심지어 오래된 골동품까지 등장해서 구경하다 보면 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릅니다.
제 경험상 이 오일장의 묘미는 흥정 문화에 있습니다. 가격표 없이 눈으로 맞추고 말로 깎는 그 과정이 전통시장의 재미인 건 분명합니다. 다만 외지에서 처음 방문한 관광객 입장에서는 가격 기준이 없다 보니 살짝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직관적인 가격 표시와 카드 단말기 보급이 좀 더 확산된다면, 다시 찾고 싶은 시장으로 자리를 굳히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한 가지 솔직히 아쉬웠던 부분은 주차 동선이었습니다. 장날에는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 공영주차장 진입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도로변 노점과 보행자가 뒤섞이는 구간에서는 안전사고 위험도 느껴졌습니다. 태안군의 관광 인프라 확충 계획과 관련해 출처: 태안군청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최신 공영주차장 운영 정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먹거리 측면에서도 한 가지 솔직하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수산물과 바지락칼국수, 순대류는 정말 훌륭했지만, 젊은 세대나 가족 단위 여행객이 가볍게 집어 먹을 수 있는 핑거 푸드나 시그니처 디저트류는 아직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부분은 지속 가능한 관광 전통시장으로 성장하기 위해 보완이 필요한 대목으로 보입니다.
시장 구경 후 주변 코스도 놓치지 마시길 권합니다. 도보 3~5분 거리에 있는 경이정(憬夷亭)은 조선시대 중국을 오가던 사신들이 휴식을 취하던 정자로, 장터의 활기를 즐긴 뒤 잠시 숨을 고르기에 딱 좋은 장소입니다. 차로 5~10분이면 닿을 수 있는 백화산에는 국보로 지정된 태안 동문리 마애삼존불입상이 있는데, 백제 시대의 석불로 독특한 삼존 배치가 인상적입니다. 마애삼존불이란 자연 암벽에 직접 새긴 불상 형식으로, 별도의 건물 없이 바위 그 자체가 불단이 됩니다. 국보 문화재 정보는 출처: 국가유산포털(문화재청)에서 상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백화산 구름다리에 오르면 태안읍내와 서해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여, 시장 식사 후 드라이브 코스로도 제격이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태안서부시장 장날은 언제인가요?
A. 매월 끝자리가 3이나 8로 끝나는 날(3, 8, 13, 18, 23, 28일)이 장날입니다. 이날에는 오일장 노점이 서부시장과 동부시장 사이 '걷고 싶은 거리'에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추가로 펼쳐지니, 방문 전 날짜를 맞춰가면 훨씬 풍성한 구경거리를 즐길 수 있습니다.
Q. 태안서부시장에서 아나고 구이를 먹을 수 있나요?
A. 네, 시장 내 식당에서 싱싱한 아나고 구이를 맛볼 수 있습니다. 아나고는 우리말로 붕장어라고도 하며, 1kg 기준 약 6만 원 선으로 그날 입항한 싱싱한 개체를 직접 구워줍니다. 서해안 특유의 갯내가 배어 있어 일반 횟집과는 또 다른 맛입니다.
Q. 시장 근처에 주차하기 어렵나요?
A. 평일이나 비장날에는 크게 불편하지 않지만, 장날에는 공영주차장 진입부터 혼잡합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 보니 도로변 노점과 보행자가 뒤섞이는 구간도 있어서,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장이 서기 전 이른 시간에 도착하는 편이 낫습니다.
Q. 태안서부시장 주변에 함께 가볼 만한 곳이 있나요?
A. 도보 거리에 조선시대 정자인 경이정이 있고, 차로 5~10분이면 국보 문화재인 태안 동문리 마애삼존불입상과 백화산 구름다리에 닿을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 식사를 마친 뒤 드라이브 겸 들르기에 딱 알맞은 코스로, 제 경우엔 구름다리에서 바라본 서해 전경이 여행의 마무리를 제대로 장식해 주었습니다.
결론
태안서부시장은 서해안 제철 수산물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장날 오일장까지 겹치면 볼거리와 먹거리 모두 배가되는데, 제 경험상 이 조합은 꽤 강력합니다. 다만 주차 혼잡, 가격 표시 미비, 젊은 층을 위한 먹거리 다양성 부족 같은 현실적인 아쉬움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럼에도 충청도 사투리가 오가는 흥정 소리, 수조에서 꿈틀대는 뻘낙지, 할머니가 구워주는 호떡 한 장의 온도는 그 어떤 관광지에서도 느끼기 힘든 감각이었습니다. 태안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장날 날짜에 맞춰 서부시장을 먼저 들르고 경이정과 백화산 구름다리로 이어지는 반나절 코스를 잡아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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