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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당진전통시장이 이 정도로 낡았는지 몰랐습니다. 직접 가보기 전까지는 그냥 오래된 시장이겠거니 했는데, 막상 현장에 서니 안전등급 E등급을 받은 건물이 실제로 저 위에 있다는 게 실감 났습니다. 1974년 개장 이후 50년을 버텨온 이 시장이 이제 총사업비 358억 원을 들여 전면 재건축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업 방식이 전국 최초라는 점에서, 단순한 시장 리모델링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전국 최초 민관협력 방식, 숫자로 뜯어보면
이번 재건축의 핵심은 '기부체납(寄附採納) 민관 협력 방식'입니다. 기부체납이란 민간이 자비로 건물을 짓고, 완공 후 그 소유권을 지자체에 무상으로 이전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상인들이 돈을 모아 건물을 올린 뒤 당진시에 넘기는 구조입니다. 공설시장 재건축에 이 방식을 적용한 건 전국에서 처음 있는 시도입니다.
그 대가로 상인들에게는 최대 20년간 임대료 없이 영업할 수 있는 권리, 즉 무상 영업권이 보장됩니다. 시유지(市有地), 즉 당진시 소유 땅 위에 지어진 건물임에도 전대(轉貸)와 양도(讓渡)까지 허용됩니다. 여기서 전대란 임차인이 제3자에게 다시 임대하는 것을, 양도란 자신의 영업권을 타인에게 넘기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실상 상인들이 자산처럼 운용할 수 있는 구조인 셈입니다.
제가 현장을 둘러보며 인상적이었던 건 이 구조가 만들어내는 인센티브의 설계였습니다. 건축비를 직접 조달한 상인 입장에서는 20년이라는 기간이 투자 회수 기간으로 작동합니다. 시 입장에서는 예산 부담 없이 노후 시설을 정비하는 셈이고요.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구조라 지속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사업 규모를 수치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총사업비: 358억 원 / 완공 목표: 2027년 2월
- 총 연면적: 약 14,400㎡ (축구장 약 2개 크기)
- A동: 먹거리 특화 공간 / B동: 상점 + 2층 규모 120여 면 주차장 / C동: 3층, 병의원 등 의료 인프라
- 영업권 보장 기간: 최대 20년, 임대료 무상
C동에 의료 인프라를 배치한 것은 제 경험상 꽤 실질적인 판단입니다. 지방 소도시에서 장을 보러 나온 고령층이 같은 건물에서 진료까지 볼 수 있다면 방문 빈도가 자연스럽게 높아집니다. 단순히 쇼핑 공간을 현대화하는 게 아니라, 생활 밀착형 복합 거점(生活密着型 複合據點)을 만들겠다는 방향성은 방향 자체는 맞습니다. 여기서 생활 밀착형 복합 거점이란 쇼핑·의료·주차·문화 기능이 한 공간에 집약된 지역 허브를 뜻합니다. 다만 공실(空室) 우려가 있어 시 산하 공공기관 유치도 함께 추진한다고 하는데, 이 부분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출처: 행정안전부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
복합공간으로 변신, 그리고 젠트리피케이션의 그늘
제가 시장 골목을 걸을 때, 방금 튀겨낸 도너츠 냄새와 소머리국밥 국물 냄새가 섞여서 올라왔습니다. 근처 농가에서 직접 가져온 봄나물이 좌판에 수북했고, 서해안에서 올라온 제철 수산물이 수조 안에서 팔딱였습니다. 이 분위기가 살아 있는 한, 이 시장은 여전히 시장입니다. 문제는 2027년 이후에도 이게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거겠죠.
복합문화공간으로의 전환이 긍정적인 방향인 건 분명합니다. 전국 전통시장 수는 2012년 1,502개에서 최근 약 1,400개 수준으로 줄어드는 추세이며, 매출 구조도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습니다(출처: 중소벤처기업부 전통시장 및 상점가 실태조사). 젊은 층 유입을 위한 푸드코트, 옥상정원 같은 인프라 도입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시도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의 고민이었는데, 제가 현장을 돌아보며 가장 걱정됐던 건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리스크였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지역이 개발·고급화되면서 기존 저소득층 상인이나 주민이 상승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밀려나는 현상을 말합니다. 시설이 현대화되면 관리비 구조가 달라지고, 주변 상권 기대치도 함께 올라갑니다. 수십 년간 같은 자리를 지켜온 노포(老鋪) 상인들이 새 건물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지가 이 사업의 진짜 성패를 가를 겁니다.
두 번째로 제가 우려한 부분은 정체성 희석입니다. 현대적인 아케이드와 냉난방 시스템, 세련된 푸드코트를 갖추고 나면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주상복합 상가와 무엇이 다른지 설명하기 어려워집니다. 당진 시장만의 역사적 서사, 예를 들어 서해안 수산물의 유통 거점으로서의 역할이나 1974년 개장 이래 이어온 상인 공동체의 이야기가 새 건물 안에 어떻게 녹아드느냐가 관건입니다. 건물만 번르르하고 이야기가 없는 공간은 오래 기억되지 않습니다.
세 번째는 접근성 문제입니다. 유동 인구가 급증할 때 원도심의 좁은 도로망이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건물 내 120여 면 주차장 증설만으로는 병목 현상 해소에 한계가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 경험상 지방 시장 주변 도로는 주말 방문객 두세 배만 늘어도 체감상 교통이 크게 막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시장 방문 전후로 연계하기 좋은 당진 명소
시장만 보고 돌아가기엔 아깝습니다. 제가 직접 동선을 짜봤을 때 가장 잘 맞았던 루트를 소개하면, 시장에서 차로 15분 거리의 면천읍성과 골정지는 조선시대 읍성 성벽을 따라 산책하기 좋고, 성 안에 고즈넉한 저수지와 오래된 책방이 있어 시장의 소란함을 가라앉히기에 딱 맞습니다. 20~25분 거리의 삽교호 함상공원은 퇴역 군함을 활용한 공간으로 아이들과 함께라면 특히 반응이 좋습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가톨릭 사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탄생지인 솔뫼성지는 소나무 숲길이 조용해서, 복잡한 시장 구경 후 마음을 정리하기에 제 경우엔 가장 잘 맞았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당진전통시장 재건축 완공은 언제인가요?
A. 2024년 착공 기준으로 2027년 2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총사업비 358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공사로, 일정은 현장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습니다.
Q. 기부체납 민관협력 방식이 상인들한테 유리한 건가요?
A. 상인들이 건축비를 직접 조달하는 부담이 있지만, 완공 후 최대 20년 무상 영업권과 전대·양도 허용이라는 권리가 주어집니다. 사실상 투자 대비 장기 수익 구조로 설계된 셈입니다. 단, 초기 건축비 조달 여부가 참여 상인들에게 현실적인 관문이 됩니다.
Q. 재건축 중에 시장이 운영되나요?
A. 공사 구간에 따라 부분적으로 영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방문 전에 당진시청 또는 당진전통시장 측에 현재 운영 상황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Q. 새 시장에 들어서는 의료시설은 어떤 규모인가요?
A. C동 3층 규모에 병의원 등 의료 인프라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당진시는 공실 방지를 위해 시 산하 공공기관 유치도 함께 추진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입주 기관은 아직 확정 단계가 아닙니다.
결론
50년 된 시장이 스스로를 허물고 다시 짓겠다고 나서는 일은 쉬운 결정이 아닙니다. 제가 현장에서 느낀 건, 이미 변화는 시작됐고 되돌리기 어렵다는 감각이었습니다. 전국 최초 기부체납 민관협력이라는 구조 자체는 재정이 빠듯한 지방 소도시가 전통시장을 살릴 수 있는 현실적인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2027년 완공 이후가 진짜 시험입니다. 건물이 새로 지어진다고 시장이 살아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어떤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생계를 이어가느냐가 시장의 온도를 결정합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을 막을 구체적인 안전장치, 노포 상인들의 연착륙 방안, 주변 도로 인프라 정비가 건물 공사와 같은 속도로 준비되어야 합니다. 2027년 당진에 들를 계획이 있다면, 완공된 시장과 함께 면천읍성, 솔뫼성지, 삽교호 함상공원을 묶어 하루 코스로 돌아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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