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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즐거움

마나도 부나켄 여행 (해양생태계, 종교문화, 여행준비)

by 까망이슈 2026.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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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인도네시아를 그냥 발리 하나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온천이라면 일본, 바다라면 태국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는데, 술라웨시 북부 마나도와 부나켄을 알게 된 순간 그 편견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바다거북이와 나란히 수영하고, 화산성 호수의 색이 눈앞에서 바뀌고, 서로 다른 종교의 기도처가 한 언덕에 모여 있는 풍경. 이게 다 한 도시 안에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인도네시아 마나도

       

 

해양생태계 — 부나켄에서 거북이와 헤엄친 날

저는 스노클링을 그다지 대단한 경험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직접 부나켄 바다에 들어가기 전까지는요.

부나켄 해양 국립공원(Bunaken Marine National Park)은 1991년 인도네시아 최초의 해양 보호 구역 중 하나로 지정되었습니다. 전체 면적은 약 890㎢이고 그중 97%가 바다입니다. 여기서 해양 보호 구역이란 생태계 파괴를 막기 위해 채취·어획·투묘 등 인위적 활동을 법으로 제한하는 구역을 말합니다. 덕분에 이곳의 산호초와 어류 군집은 수십 년째 원형에 가까운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수중 가시거리가 평균 20~30m에 달한다는 것도 처음엔 그냥 숫자로 읽혔는데, 실제로 물속에 들어가니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30m 앞에 있는 드롭오프(drop-off) 절벽 — 쉽게 말해 산호 벽이 수직으로 끝없이 떨어지는 단애 구조 — 가 그냥 눈앞에 펼쳐집니다. 약 390종의 산호와 2,000종 이상의 어류가 서식한다는 수치(출처: IUCN 세계자연보전연맹)가 과장이 아니라는 걸 물속에서 5분이면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나폴레옹 피쉬(Napoleon Fish)도 이곳에서 처음 봤습니다. 나폴레옹 피쉬란 이마에 혹처럼 솟은 돌출부가 특징인 대형 산호초 어류로, 성체는 2m를 넘기도 합니다.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어 있어서 일반 바다에선 보기 어려운데, 부나켄에서는 몇 미터 거리에서 마주쳤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부나켄과 함께 들르면 좋은 나인섬(Nine Island)은 이름처럼 아홉 개의 작은 섬이 군도를 이루고 있습니다. 사람 손길이 덜 닿아서 자연이 고스란히 살아 있고, 작은 배로 섬을 오가며 현지 어촌 마을의 일상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습니다. 부나켄의 스펙터클한 수중 세계와는 다른, 조용하고 느린 시간이었습니다.

한 가지 짚어두고 싶은 건 입장료 문제입니다. 부나켄은 방문객에게 해양 보호 기금 명목의 입장료를 부과합니다. 이걸 불필요한 비용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이 시스템이 없었다면 지금의 부나켄은 존재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입장료 제도를 도입한 이후 산호 복원율이 유의미하게 개선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 드롭오프(drop-off): 산호 벽이 수직으로 깎아지른 단애 구조, 부나켄의 대표 다이빙 포인트
  • 수중 가시거리 평균 20~30m — 수중 촬영 환경으로도 세계 최상급
  • 산호 390종 이상, 어류 2,000종 이상 서식 (IUCN 자료 기준)
  • 나폴레옹 피쉬·바다거북·형형색색 열대어를 스노클링만으로도 만날 수 있음
  • 입장료는 해양 생태계 보호 기금으로 운용됨
요약: 부나켄은 드롭오프 산호 절벽과 2,000종 이상의 해양생태계가 살아 있는 인도네시아 최초 해양 보호 구역으로, 스노클링만으로도 나폴레옹 피쉬와 바다거북을 만날 수 있는 수중 천국입니다.

 

종교문화 — 사원과 교회가 한 언덕에 있다는 것

마나도에서 제가 가장 당혹스러웠던 순간은 불교 사원 바로 옆에 가톨릭 성당이 있고, 그 옆에 이슬람 모스크가 보이는 풍경을 처음 봤을 때입니다. 당혹스럽다기보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싶었습니다.

부키 카시(Bukit Kasih)는 그 의문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답이었습니다. 부키 카시란 인도네시아어로 '사랑의 언덕'을 뜻하며, 이슬람·기독교·가톨릭·불교·힌두교 다섯 종교의 기도처와 상징물이 한 언덕 안에 공존하는 종교 복합 공간입니다. 계단을 따라 오르면서 각 종교의 조형물을 차례로 지나치는 구조인데, 제 경우엔 이게 단순한 관광 동선이 아니라 꽤 진지한 경험이 됐습니다. 유황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화산 지형 위에 서로 다른 신앙의 건물들이 나란히 서 있는 광경은, 일부러 연출한 듯한 상징성이 오히려 자연스럽게 다가왔습니다.

언덕을 오르다 리노 호수(Linow Lake)에 들렀습니다. 화산성 지형에 자리 잡은 이 호수는 미네랄과 유황 성분에 따라 수면의 색이 초록·파랑·갈색으로 변합니다. 이런 현상을 수색 변화(chromogenic response)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 호수 안에 녹아 있는 화학 성분이 빛의 각도와 반응해 색이 달라 보이는 것입니다. 호수 주변에 카페가 있어 커피 한 잔을 들고 색이 바뀌는 수면을 멍하니 보는 시간이 예상보다 훨씬 길어졌습니다.

마나도 시내에는 반 힌 쿙 사원(Ban Hin Kiong Temple)이 있습니다. 수백 년 역사를 가진 중국식 사원으로, 마나도 화교 공동체의 신앙과 문화가 이어져 내려온 공간입니다. 붉은색과 금색의 대비가 선명하고 향 내음이 진해서, 주변 도시 풍경과 꽤 이질적인 분위기를 냅니다. 개인적으로는 센트럼 마나도 교회나 성모 마리아 대성당의 웅장함보다 이 작은 사원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에까야나 사원(Ekayana Buddhist Temple)의 석불상 앞 연못을 걷는 경험도 마찬가지였고요.

마하우 힐(Mahawu Hill)에서 본 전망은 또 달랐습니다. 언덕 정상에서 마나도 북쪽 해안선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발아래 펼쳐진 논밭과 저 멀리 바다 수평선이 한 프레임 안에 담기는 구도가 제가 직접 서 있어서 더 실감났습니다. 사진으로 보던 것과는 확실히 다른 감각이었습니다.

토모혼 시장(Tomohon Market)은 예상과 좀 달랐습니다. 일반적으로 현지 재래시장은 그냥 시끌벅적한 곳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곳에서 마나도 문화의 밀도를 느꼈습니다. 형형색색 열대 과일, 강렬한 향신료 냄새, 그리고 익스트림한 식재료들(출처: UN세계관광기구, 인도네시아 음식 다양성 보고서). 상인들이 하나하나 설명해 주는 덕분에 무섭기보다 호기심이 먼저였습니다. 이 시장이 마나도의 심장 박동 같다는 표현이, 발을 들이고 나서는 과장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요약: 마나도는 부키 카시의 다종교 공존, 리노 호수의 화산성 수색 변화, 반 힌 쿙 사원의 화교 문화까지, 종교와 자연과 일상이 겹쳐 있는 도시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부나켄 스노클링, 수영 초보자도 가능한가요?

A. 스노클링 장비만 착용하면 수영 실력과 무관하게 수면에서 산호와 열대어를 볼 수 있습니다. 드롭오프 근처는 수심이 깊어 주의가 필요하지만, 가이드와 함께 움직이면 초보자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수준입니다. 저도 다이빙 자격증 없이 스노클링만으로 나폴레옹 피쉬를 만났습니다.

 

Q. 마나도 여행, 치안은 괜찮은 편인가요?

A. 마나도 자체는 인도네시아 내에서 비교적 안전한 도시로 꼽힙니다. 다만 한국인 여행자는 현금을 많이 가지고 다닌다는 인식이 있어 소매치기나 표적 절도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 경험상 현금은 소분해서 여러 곳에 나눠 보관하고, 고가 장비는 가방 안쪽에 넣는 것이 훨씬 안전했습니다.

 

Q. 마나도 여행 전 꼭 챙겨야 할 준비물이 있나요?

A. 열대 기후이기 때문에 벌레 기피제와 물파스는 기본입니다. 냉방이 강한 실내에 대비해 얇은 가디건도 꼭 챙기는 것을 권합니다. 현지 언어는 인도네시아어인데, 간단한 인사말과 숫자 정도만 알아도 현지인과의 거리가 꽤 좁혀집니다. 비상약(지사제·소화제·해열제)은 출발 전에 반드시 준비하는 편이 낫습니다.

 

Q. 리노 호수 색이 진짜 변하나요? 언제 가야 잘 보이나요?

A. 실제로 변합니다. 수색 변화는 화산성 미네랄과 유황 성분이 빛의 각도와 반응하는 현상이라, 맑은 날 오전~오후 이른 시간에 가장 선명하게 보입니다. 흐린 날은 색의 대비가 약해지므로, 가능하면 날씨를 확인하고 일정을 잡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

저는 이번에 인도네시아 여행을 새로 정의하게 됐습니다. 발리가 인도네시아의 전부인 줄 알았는데, 마나도와 부나켄은 완전히 다른 층위의 경험이었습니다. 수중 생태계의 스케일, 종교와 문화가 실제로 공존하는 도시 구조, 화산 지형 위에 펼쳐진 자연. 이게 다 한 여행 안에 들어옵니다.

해외여행은 설렘과 불안이 동시에 찾아오는 경험입니다. 제 경험상 비상약, 얇은 가디건, 벌레 기피제, 그리고 현지 언어 몇 마디를 미리 준비하는 것만으로 여행의 질이 확연히 달라집니다. 맛집이나 명소는 출발 전에 충분히 검색해 두는 것이 아쉬움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고요. 산과 바다, 시장과 사원, 그리고 커피 한 잔의 여유까지. 마나도는 제대로 된 재충전을 원하는 분들에게 꽤 설득력 있는 선택지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Travility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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