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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옥토버페스트가 그냥 맥주 많이 마시는 축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독일 사람들이 텐트 안에서 술 마시며 노는 행사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직접 들어서는 순간 그 생각이 완전히 깨졌습니다.
200년이 넘는 역사가 압축된 현장은 단순한 음주 이벤트가 아니었고, 이번에 서울에서 공식 승인을 받아 처음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는 바로 달려갔습니다.

역사와 유래 — 200년 전통이 맥주잔에 담긴 이유
옥토버페스트는 1810년 바이에른 왕국의 루트비히 황태자와 테레제 공주의 결혼식을 기념하는 경마 행사에서 출발했습니다. 당시 뮌헨 시민 전체를 초청해 성대하게 치렀던 이 행사가 해를 거듭하며 맥주와 음식이 결합된 대형 민속 축제로 진화했습니다.
경마가 열렸던 광장은 공주의 이름을 따 테레지엔 비제(Theresienwiese)라 불리게 되었고, 오늘날까지 같은 자리에서 열립니다. 여기서 테레지엔비제란 직역하면 '테레제의 초원'으로, 뮌헨 도심 서쪽에 자리한 약 42만 제곱미터 규모의 공공 광장을 의미합니다.
제가 직접 파울라너(Paulaner) 텐트에서 마스(Maß)를 들었을 때 비로소 이 역사의 무게가 느껴졌습니다. 마스란 1리터 용량의 전용 맥주잔으로, 옥토버페스트의 상징과도 같은 물건입니다.
손목이 나갈 것 같지만 이렇게 잡아야 근본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현지 분위기 자체가 하나의 의식에 가깝습니다. 아인 프로지트(Ein Prosit)라는 건배 노래를 텐트 안의 수백 명이 함께 따라 부를 때, 저는 '이게 200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이유구나' 싶었습니다.
아인 프로지 트란 독일어로 '건강을 위하여'라는 뜻의 건배 구호이자 축제 텐트에서 주기적으로 연주되는 전통 노래입니다.
일반적으로 옥토버페스트 맥주는 독일 대형 브루어리들이 독점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1487년에 제정된 맥주순수령, 즉 바이에른 맥주순수령(Reinheitsgebot)에 따라 뮌헨 시내 6대 전통 양조장인 아우구스티너(Augustiner), 파울라너(Paulaner), 호프브로이(Hofbräu), 뢰벤브로이(Löwenbräu), 학커-프쇼르(Hacker-Pschorr), 슈파텐(Spaten)만이 공식 텐트에서 맥주를 판매할 수 있습니다.
맥주순수령이란 보리, 홉, 물만을 맥주 재료로 허용한 세계 최초의 식품 순도 법령으로, 독일 맥주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규정입니다. 출처: 옥토버페스트 공식 홈페이지
서울 행사에서 제가 마셨던 맥주들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독일 옥토버페스트에서 통용되는 메르첸(Märzen), 헬레스(Helles), 밀맥주 등 주요 스타일이 거의 망라되어 있었습니다.
메르첸이란 라거 계열의 진하고 몰티한 맥주로, 옥토버페스트의 원조 축제 맥주입니다. 도수가 높아 지금은 대부분 6도 내외의 페스트비어(Festbier)로 대체되었는데, 페스트비어란 말 그대로 '축제 맥주'라는 뜻으로 마시기 편하게 조정된 현대형 옥토버페스트 맥주를 뜻합니다.
- 파울라너(Paulaner) 페스트비어 — 6도, 부드럽고 균형 잡힌 마무리. 텐트 대표 맥주
- 슈나이더 바이세(Schneider Weisse) — 밀맥주 계열. 독일 옥토버페스트 현장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희귀 라인업
- 슈렝케를라(Schlenkerla) — 독일 밤베르크 산 훈제 맥주(Rauchbier). 라우흐비어란 훈연 건조한 맥아로 만든 맥주로 스모키한 풍미가 특징
- 크롬바허(Krombacher) —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라거. 흑맥주 버전도 운영
- 켈러비어(Kellerbier) — 필터링을 거치지 않아 뿌옇고 효모 풍미가 살아 있는 창고 맥주. 제 개인적인 최애 선택
현장 경험 — 독일에서 들었던 음악이 서울 텐트에서 흘러나왔습니다
일반적으로 해외 라이선스 축제는 이름만 빌려온 껍데기가 많다고들 합니다. 저도 솔직히 그 편견을 안고 입장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텐트 안에 들어서자마자 그 생각이 무너졌습니다.
독일에서 실제로 들었던 관악 밴드 음악이 그대로 흘러나왔고, 테이블마다 사람들이 마스를 들고 박자를 맞추고 있었습니다. 텐트 특유의 높은 천장과 긴 나무 벤치 테이블, 그 안에서 퍼지는 맥아와 소시지 구이 냄새까지 — 분위기 자체가 놀랍도록 유사했습니다.
제가 경험상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한국 맥주가 공식으로 입성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원래 옥토버페스트는 뮌헨 6대 양조장 외의 맥주는 공식 라인업에 오르기가 극히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번 서울 행사에서는 국내 오리지널 비어 컴퍼니의 맥주가 공식 승인을 받아 헬레스 스타일로 선보였고, 치킨까지 정식 메뉴로 등록된 건 거의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헬레스란 뮌헨식 황금빛 라거로, 쓴맛이 적고 부드러워 독일 현지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스타일입니다. 제가 마셔본 결과 라거 특유의 청량함에 에일에 가까운 부드러움이 더해져, 맥주를 자주 마시지 않는 분도 부담 없이 즐길 만했습니다.
음식은 예상보다 수준이 높았습니다. 슈바인학센(Schweinshaxen), 즉 독일식 족발은 껍질이 바삭하게 구워지고 속살은 촉촉해서 맥주 안주로 빠지는 게 없었습니다.
슈니첼(Schnitzel)은 돈가스와 비슷한 비엔나식 커틀릿인데, 소시지와 함께 카레 소스를 곁들인 조합이 제 취향에는 특히 잘 맞았습니다. 독일 현지에서는 음식이 전반적으로 짜서 맥주를 더 마시게 만든다는 말이 있는데, 서울 행사에서는 간이 훨씬 잘 조절되어 있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오히려 독일보다 먹기 편했습니다.
아쉬운 점도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치킨은 축제 특성상 빠르게 조리해야 하다 보니 프랜차이즈 수준의 완성도는 아니었습니다. 외국인이 '이게 한국 치킨이다'라고 경험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국내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가 이런 국제 행사에 공식 파트너로 참여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현장 인파는 오전 1시도 안 된 시간에 이미 테이블 전석이 꽉 찬 수준이었고, 제가 최근 다녀본 국내 여러 축제 중 체감 규모가 가장 컸습니다. 출처: 한국관광공사
자주 묻는 질문
Q. 옥토버페스트 서울 행사는 언제, 어디서 열리나요?
A. 2026년 독일 현지 행사는 9월 19일부터 10월 4일까지 뮌헨 테레지엔비제 광장에서 열립니다. 서울 공식 승인 행사는 별도 일정으로 운영되며, 1부·2부로 나뉘어 하루 두 차례 진행됩니다. 정확한 일정은 행사 공식 채널에서 확인하시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Q. 마스(Maß) 잔을 어떻게 잡아야 하나요?
A. 마스는 1리터짜리 대형 유리잔으로, 손잡이를 아래쪽에서 받쳐 쥐는 방식이 정석입니다. 위에서 잡으면 손목에 무리가 많이 가고 잔이 흔들립니다. 제가 직접 해보니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익숙해지면 생각보다 안정적으로 들 수 있었습니다.
Q. 축제에서 무알콜 맥주도 마실 수 있나요?
A. 서울 행사 기준으로 클라우스탈러(Clausthaler) 같은 저알콜 옵션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다만 클라우스탈러는 알코올 함량이 0.5%로, 완전한 무알콜이 아닙니다. 임산부나 운전자에게는 적합하지 않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Q. 자리를 잡으려면 몇 시에 가야 하나요?
A. 제가 경험한 서울 행사 기준으로 오전 1시도 되지 않은 시간에 이미 전석이 꽉 찬 상태였습니다. 독일 현지에서도 주말 인기 텐트는 오전 9~10시에 입장해야 자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여유를 두고 일찍 방문하거나, 야외 비어가든(Biergarten) 자리를 노리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결론
옥토버페스트를 그저 맥주 파티라고 생각했던 제 편견은 서울 텐트 안에서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200년 역사의 무게, 맥주순수령에 기반한 양조 문화, 아인 프로지트 합창까지 — 이 모든 것이 한데 모이면 단순한 음주 행사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 체험이 됩니다. 서울에서 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저에게는 꽤 뭉클했습니다.
관심이 생기셨다면 독일 현지 행사 일정(2026년 9월 19일 ~ 10월 4일)을 기준으로 미리 항공편과 숙소를 예약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테레지엔비제 주변은 차량 통제가 심하므로 뮌헨 외곽 P+R 주차장에 주차한 뒤 S-Bahn이나 U-Bahn으로 이동하는 방식이 훨씬 수월합니다. 그전에 서울 행사로 먼저 분위기를 익혀두면, 현지에서 훨씬 더 깊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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