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냥 꽃구경이겠거니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는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핑크빛과 보랏빛 물결이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지는 순간 발이 딱 멈춰버렸습니다. 9월 가을꽃 여행이 왜 매년 이렇게 화제가 되는지, 직접 겪어보니 비로소 이해가 됐습니다. 핑크뮬리와 아스타국화, 두 꽃밭을 한 계절에 만나다제가 처음 발을 들인 곳은 고창 판정원의 핑크뮬리 군락지였습니다. 핑크뮬리(Muhlenbergia capillaris)란 북아메리카 원산의 벼과 식물로, 가는 줄기 끝에 핑크빛 꽃이삭이 무더기로 피어나 멀리서 보면 솜사탕 같은 물결을 만들어냅니다. 쉽게 말해, 빛이 잘 드는 시간대에 바람이 불면 꽃밭 전체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66,000㎡에 ..
거제도 가조도 선착장의 유료 낚시터 이용료는 성인 기준 만 원, 그리고 부지 면적만 15,000평에 달하는 마들렌 레스토랑은 숙박까지 포함한 올인원 여행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처음 이 숫자를 봤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거제도를 여러 번 다녀왔지만, 한 번의 코스에서 포토존·낚시·일몰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는 게 과연 현실적인지 제가 직접 동선을 따라 확인해 봤습니다. 숨겨진 포토존, 알고 가야 찾는다거제도 바람의 언덕은 이미 수년째 국내 대표 해안 경관 명소로 꼽힙니다. 제가 직접 다녀와 보니, 명성만큼 풍경은 압도적이었습니다. 주차장에서 데크 계단을 오르는 순간 에메랄드빛 해안선이 한눈에 펼쳐지고, 언덕 끝 풍차 아래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은 굳이 사진을 찍지 않아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았습니..
섬에 가려면 배를 타야 한다고 생각하셨나요? 경북 영주에는 육지 한가운데 강이 빙 둘러싼 섬마을이 있습니다. 외나무다리 하나로만 연결된 무섬마을부터, 1,300년 고찰 부석사와 조선 최초의 서원 소수서원까지. 제가 직접 하루 만에 다 돌아본 당일치기 코스를 정리했습니다. 외나무다리, 발을 내딛기 전까지는 몰랐습니다무섬마을에 도착했을 때 제가 처음 든 생각은 "이게 관광지가 맞나?"였습니다. 수도교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오른쪽 둑길을 따라 걷다 보면, 아무런 예고 없이 내성천이 펼쳐지고 그 위로 가느다란 나무다리 하나가 수평선처럼 놓여 있습니다.이 외나무다리는 길이 150m, 폭 30cm의 목조 가교(架橋)입니다. 여기서 가교란 임시 또는 간이 형태로 놓은 다리를 뜻하는데, 무섬마을에서는 수도교가 건설되기..
올여름 이 더위, 어디서 식히셨습니까? 저는 에어컨 바람보다 진짜 계곡 바람이 그리워서 경상북도 청송으로 무작정 떠났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청송에서 주산지 왕버들부터 주왕산 용추협곡, 달기약수탕 백숙까지 직접 다녀온 후기를 솔직하게 정리했습니다. 조선 시대가 만든 저수지, 주산지에서 왕버들을 만나다혹시 '물 위에 서 있는 나무' 사진을 본 적 있으십니까? 포털에서 청송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등장하는 그 장면, 바로 주산지의 왕버들입니다. 저도 그 사진 한 장에 이끌려 이번 여행을 계획했습니다.주산지는 조선 경종 원년인 1720년, 인근 주민들이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직접 만든 인공 저수지입니다. 300년이 넘은 저수지인데도 심각한 가뭄 때조차 단 한 번도 완전히 바닥을 드러낸 적..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기차에서 내려 산타루치아 역 문을 나서는 순간, 눈앞에 펼쳐진 건 도로도 차도 아닌 운하였습니다. 그제야 '아, 진짜 베네치아구나' 하는 실감이 왔습니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바다 위 섬도시, 베네치아. 낭만과 혼잡이 공존하는 이 도시를 직접 걸어보고, 타보고, 먹어본 경험을 비교하며 정리해봤습니다. 곤돌라, 기대와 현실 사이일반적으로 곤돌라는 '베네치아 하면 무조건 타야 하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 경험상 그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곤돌라(Gondola)란 베네치아의 전통 목조 수상 이동수단으로, 뱃사공인 곤돌리에르(Gondolier)가 한 개의 노로 저어 움직이는 배를 말합니다. 수백 년 전부터 이 도시의 주요 교통수단이었고, 지금은 관광 목적으로만 운영됩니..
주말에 어디 가야 하나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검색창만 들여다보다 끝난 적, 저도 꽤 많습니다. 그러다 이번엔 무작정 경상북도 문경으로 향했습니다. 문경새재 도립공원, 선비들이 한양 과거길을 걷던 그 길을 직접 걸어보니 단순한 '산책'이 아니었습니다. 역사와 자연이 겹겹이 쌓인 공간에서 예상보다 훨씬 진한 감동을 받고 돌아왔습니다. 옛길박물관 — 걷기 전에 이 공간을 먼저 들러야 하는 이유문경새재 입구에 들어서면 식당가와 특산품 판매점들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저는 그걸 지나쳐 옛길 박물관으로 먼저 발을 들였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그냥 형식적으로 한 바퀴 돌고 나오려 했는데, 막상 들어가니 생각보다 오래 머물렀습니다.박물관 안에는 과거길(科擧路), 즉 선비들이 한양에서 치르는 과거시험을 위해 고향을 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