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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구경을 마치고 나오면 왜 그렇게 배가 고픈 걸까요. 수덕사를 한 바퀴 돌고 나왔을 때 저도 딱 그 상태였습니다. 사찰 초입 식당가에서 산채정식 한 상을 받아 든 순간, 이게 밥상인지 잔칫상인지 구분이 안 될 만큼 찬이 가득 깔렸습니다. 20가지가 넘는 반찬에 영양돌솥밥, 우렁된장찌개까지 — 절 밥이 이렇게 거창해도 되나 싶었습니다.

상차림만 봐도 배부른 산채정식, 실제로는 어떨까요
솔직히 처음엔 기대를 반만 했습니다. 관광지 식당가라는 선입견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상이 나오기 시작하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참나물 무침, 오가피 나물, 연근 조림, 궁채 볶음, 흰 목이버섯 초무침까지 산나물 위주의 찬들이 빈자리 없이 상을 채웠습니다.
여기서 궁채란 돼지감자의 줄기를 말리거나 절여서 무친 것으로, 아삭한 식감이 독특한 산채 반찬 중 하나입니다.
흰목이버섯은 일반 목이버섯보다 식감이 부드럽고 향이 옅어 초무침에 잘 어울리는데, 제가 직접 먹어보니 의외로 질리지 않고 계속 손이 가는 반찬이었습니다.
도토리가루전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도토리가루전이란 도토리 전분을 반죽에 섞어 부친 전으로, 일반 밀가루 전보다 고소하면서 약간 떫은 여운이 남는 것이 특징입니다. 처음엔 그 쌉싸름한 맛이 낯설었는데, 먹다 보니 오히려 그게 매력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 참나물 무침 — 향이 진하고 조미료 없이도 충분히 맛있음
- 연근 조림 — 달짝지근하게 간이 잘 배어 밥반찬으로 제격
- 궁채 — 아삭한 식감이 살아 있어 씹는 재미가 있음
- 도토리가루전 — 고소하고 쌉싸름한 뒷맛이 독특함
- 흰목이버섯 초무침 — 부드러운 식감에 상큼한 양념이 잘 어울림
우렁된장찌개, 왜 이렇게 깊은 맛이 나는 걸까요
산채정식에서 찌개 하나쯤은 그냥 곁들이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우렁된장찌개가 그 선입견을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첫 숟가락을 떴을 때 "이건 찌개가 아니라 된장국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물이 묵직하지 않고 맑으면서도 된장 향이 깊었거든요.
우렁된장찌개의 핵심은 우렁이(논우렁이)입니다. 논우렁이는 담수에서 자라는 복족류 조개로, 국물에 특유의 감칠맛을 더해주는 식재료입니다.
일반 영업용 된장찌개는 베이스를 멸치육수나 다시팩으로 내는 경우가 많은데, 우렁이가 들어가면 조개류 특유의 자연 감칠맛이 더해져 국물 맛의 결이 달라집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 우렁 된장국을 많이 먹어봤다고 생각했는데, 이날 먹은 건 기억에 남는 맛이었습니다.
또 한 가지 인상적인 점은 냉이를 철마다 넣어 끓인다는 것이었습니다. 냉이는 봄철 향신채로, 된장과 만나면 흙 내음과 풋내가 서로를 보완하며 향이 배가됩니다.
두부 전을 함께 곁들이는 방식도 담백한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 식감의 다양성을 더해줬습니다. 산에서 캔 나물보다 더 훌륭하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직접 먹어보고 나서야 실감했습니다.
영양돌솥밥, 뚜껑을 여는 그 순간이 있지 않습니까
돌솥밥 뚜껑을 열 때의 그 순간, 한 번이라도 경험해보신 분은 아실 겁니다. 뜨거운 김이 확 올라오면서 고소한 밥 향이 코를 먼저 자극하는 그 느낌 말입니다. 제가 직접 뚜껑을 열어보니 기장과 찹쌀, 콩 등이 섞인 잡곡밥이 솥 안에서 아직 보글보글 끓고 있었습니다.
영양돌솥밥이란 일반 쌀에 오곡이나 잡곡, 견과류 등을 섞어 돌솥에 지은 밥으로, 무기질과 식이섬유 함량이 흰쌀밥보다 높아 포만감이 오래 지속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실제로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잡곡밥의 식이섬유 함량은 흰쌀밥 대비 약 3~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납니다(출처: 농촌진흥청). 산채 반찬과 함께 먹으니 식사 후 속이 편안하고 더부룩하지 않았는데, 이게 바로 잡곡의 효과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식사 마지막에 돌솥에 물을 부어 만든 숭늉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숭늉이란 밥을 지은 솥에 물을 붓고 눌어붙은 누룽지를 녹여 만든 구수한 음료로, 한식 식사의 전통적인 마무리 방식입니다.
진한 커피보다 이 숭늉 한 그릇이 더 필요한 순간이 있는데, 수덕사 산채정식 후가 딱 그런 순간이었습니다.
가성비는 좋지만, 솔직히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오가피 나물 무침도 빠뜨리면 섭섭합니다. 가시오가피를 삶은 뒤 초고추장 양념에 무쳐 내는 방식인데, 가시오갈피란 두릅나뭇과의 식물로 면역력 강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산채 식재료입니다.
삶아내면 고유의 쓴맛이 줄어들고 초고추장과 만나면 상큼하고 칼칼한 맛이 생기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엔 나물이 너무 많다 싶었는데 이 무침은 밥 위에 얹어 먹으니 계속 손이 갔습니다.
다만 솔직하게 아쉬운 점도 짚고 싶습니다. 수덕사 식당가는 늘어선 가게들의 메뉴 구성, 반찬 종류, 가격대가 거의 동일합니다. 한국관광공사의 음식관광 트렌드 보고서에서도 관광지 식당가의 메뉴 균일화 현상이 여행자 만족도를 낮추는 요인으로 지목된 바 있습니다(출처: 한국관광공사).
제 경우엔 세 번째 가게쯤에서 어디를 들어가도 비슷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가성비는 분명히 훌륭합니다. 20가지 넘는 찬에 돌솥밥과 찌개까지 받는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다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집만의 시그니처 메뉴나 특별한 차별점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더덕구이나 고기 추가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은 그나마 자기만의 구성을 만들 수 있는 여지가 됩니다. 진짜 향토 음식의 깊이를 기대한다면 다소 상업화된 느낌에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다는 점은 솔직히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수덕사 산채정식 가격이 어느 정도 되나요?
A. 방문 시점 기준으로 1인분에 1만 5천 원에서 2만 원 사이가 일반적이었습니다. 영양돌솥밥 기준이고, 더덕구이나 고기 등 추가 항목은 별도 비용이 발생합니다. 20가지 넘는 찬 구성을 생각하면 가성비는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Q. 우렁된장찌개랑 일반 된장찌개는 뭐가 다른가요?
A. 가장 큰 차이는 국물 감칠맛의 출처입니다. 일반 된장찌개는 멸치나 다시팩 육수가 베이스인 경우가 많은데, 우렁이가 들어가면 조개류 특유의 자연 감칠맛이 더해져 국물 결이 달라집니다. 묵직하기보다 맑고 향이 깊은 편이라 찌개보다 된장국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Q. 수덕사 식당가에서 특별히 더 잘하는 집을 고르는 방법이 있나요?
A. 솔직히 말씀드리면 메뉴 구성과 가격이 거의 동일해서 외관만으로 구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손님이 꽉 찬 가게보다 오히려 회전이 적당히 느린 가게에서 나물이 더 신선하게 나오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방송 출연 여부보다는 반찬 리필 여부, 우렁찌개에 냉이 같은 제철 재료를 쓰는지를 입구에서 직접 물어보는 게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Q. 가시오가피 나물 무침이 낯선데 먹어볼 만한가요?
A. 삶아서 초고추장 양념에 무쳐 나오기 때문에 생으로 먹는 것과는 맛이 꽤 다릅니다. 고유의 쓴맛이 상당히 줄어들고 초고추장의 상큼함이 더해지면서 의외로 거부감이 적었습니다. 산채 나물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밥 위에 얹어서 한 입 먹어보시면 생각보다 잘 넘어간다는 걸 느끼실 겁니다.
결론
수덕사 산채정식은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습니다. 영양돌솥밥과 우렁된장찌개, 20가지가 넘는 산채 반찬까지 — 절을 구경하고 나서 출출해진 배를 채우기에 이보다 어울리는 선택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조미료에 의존하지 않고 재료 본연의 향을 살린 나물 무침들과 우렁이 특유의 자연 감칠맛이 담긴 된장국은 제 기억에 꽤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다만 관광지 식당가 특유의 균일화된 구성은 감안하고 가시는 편이 좋습니다. 어느 집을 들어가도 크게 다르지 않으니, 음식 퀄리티보다 분위기나 자리 여건으로 고르는 것도 방법입니다.
충남 예산 쪽을 여행하면서 수덕사 코스를 계획 중이라면, 점심 시간대 피크를 피해 오전 11시 전후에 방문하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자리도 여유롭고 나물도 더 신선하게 나오는 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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