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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즐거움과지식

리스본 알파마 트램 (28번 트램, 노을 명소, 한 달 살기)

까망이슈 2026. 9. 2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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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여행을 막연하게 꿈꾸다가 문득 '한 달쯤 한 도시에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포르투갈 리스본(Lisbon)을 처음 떠올렸을 때는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알파마(Alfama) 지구 골목에 발을 들이고, 28번 노란 트램에 몸을 실었을 때 — 그 순간 반신반의는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리스본이 왜 전 세계 디지털 노마드와 장기 여행자들 사이에서 '한 달 살기 성지'로 꼽히는지, 그 이유를 제가 직접 확인해 봤습니다.

    리스본 트램 이미지

     

    알파마 지구, 대지진도 비켜간 중세 골목의 속사정

    리스본이 유럽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수도라는 사실을 아는 분이 많지 않습니다. 그리스 아테네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그 오랜 역사의 진원지가 바로 알파마 지구인데, 이름 자체가 아랍어 '알함마(Al-Hamma)'에서 유래했습니다.

     

    알함마란 온천이나 샘을 뜻하는 말로, 8세기 이슬람 세력인 무어인(Moors)이 이베리아 반도를 지배하던 시절부터 이 지역에 사람이 모여 살았다는 증거입니다.

    알파마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사건이 1755년 리스본 대지진입니다. 리스본 대지진이란, 1755년 11월 1일 리스본을 강타한 규모 8.5~9.0 추정의 초대형 지진으로, 이후 화재와 해일까지 겹쳐 도시의 상당 부분이 초토화된 역사적 재난을 의미합니다.

     

    당시 리스본 시가지 대부분이 무너졌지만, 알파마 지구만은 고지대의 단단한 암반 덕분에 피해를 면했습니다. 그 덕에 중세의 미로 같은 골목과 전통 건축 양식이 오늘날까지 고스란히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대지진 이후 리스본을 다시 세운 인물이 폼발 후작(Marquês de Pombal, 1699~1782)입니다. 그는 무너진 시가지를 격자형(Grid) 도시 구조로 재건했는데, 이것이 현재 바이샤(Baixa) 지구의 반듯한 거리 배치로 이어집니다.

     

    반면 알파마는 재건 대상이 아니었기에 무어인 시대의 불규칙한 골목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게 됐습니다. 저는 이 대조가 리스본을 더 입체적으로 만드는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듯한 바이샤를 걷다가 알파마 골목으로 꺾어 들어가는 순간, 시간이 500년쯤 거꾸로 돌아가는 느낌이 납니다.

    한편, 대항해시대(Age of Discovery)를 이끈 탐험가 바스코 다 가마(Vasco da Gama, 1469~1524)도 리스본을 근거지로 활동했습니다. 그가 유럽 최초로 개척한 인도 항로 덕분에 리스본은 15~16세기 유럽 교역의 중심지로 번영을 누렸고, 그 부가 성당과 궁전, 타일 장식으로 도시 곳곳에 쌓여 있습니다.

     

    알파마 골목을 걷다 보면 지도 없이 길을 잃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그게 오히려 이 지구를 탐험하는 방식이라고 봅니다.

    요약: 알파마 지구는 1755년 리스본 대지진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중세 골목으로, 무어인 지배 시절부터 이어진 약 1,200년의 역사를 품고 있습니다.

     

    28번 트램 실전 탑승기: 낭만과 소매치기 사이

    28번 트램(Tram 28)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립니다. "리스본의 상징이니 꼭 타야 한다"는 쪽과 "관광객이 너무 많아 실망스럽다"는 쪽이 공존합니다. 저는 직접 타봤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탑승 시간대가 경험의 질을 완전히 갈라놓습니다.

    28번 트램의 역사는 180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최초의 트램은 전기가 아닌 말이 끄는 마차 형식이었다고 합니다. 말이 끄는 마차로는 리스본의 가파른 언덕을 오르기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들었기 때문에, 1900년대 초 전기 트램이 도입됩니다.

     

    여기서 빈티지 트램(Vintage Tram)이란, 원래 운행하던 구형 차량을 현대적으로 교체하지 않고 수십 년째 그대로 운용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리스본은 이 방식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어서, 트램 자체가 살아있는 산업 유산처럼 느껴집니다.

    제가 직접 타봤더니 정류장 선택이 관건이었습니다. 관광객이 가장 몰리는 칼사다드 상트(Calçada de Santo André) 정류장은 붐비는 시간대에 빈자리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조금 이른 아침, 바이샤 쪽에서 탑승을 시작하면 착석 확률이 올라갑니다. 트램 내부는 좁고 언덕을 오르내릴 때 흔들림이 상당하니 손잡이를 반드시 잡아야 하고, 소매치기가 실제로 잦은 구간이라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가방을 앞으로 메고 탔는데, 그걸로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내내 신경이 쓰였습니다.

    28번 트램을 타고 내리면 리스본 대성당(Sé de Lisboa) 앞에 서게 됩니다. 외관은 요새처럼 투박한데, 12세기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진 뒤 세 번의 대지진을 거치며 고딕 양식과 바로크 양식이 겹겹이 더해진 결과물입니다.

     

    로마네스크 양식이란 두꺼운 벽과 반원형 아치를 특징으로 하는 중세 초기 건축 양식으로, 외부의 충격에 강한 구조를 가집니다. 성당 2층에 올라가면 장미창(Rose Window)이 등장하는데, 가운데 예수를 중심으로 열두 사도의 얼굴이 배치된 스테인드글라스가 빛을 받아 쏟아지는 장면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겉에서 볼 때의 투박함이 완전히 뒤집히는 순간입니다.

    • 탑승 시간: 오전 7~8시 이른 탑승이 대기 시간과 혼잡도 모두 유리
    • 소지품 관리: 가방은 반드시 앞으로 메고, 핸드폰은 주머니 깊숙이
    • 하차 추천지: 리스본 대성당, 포르타스 두 솔 전망대 인근 정류장
    • 신발: 칼사다(Calçada, 포르투갈 전통 돌바닥) 특성상 굽 없는 운동화 필수
    요약: 28번 트램은 이른 아침 탑승과 소지품 관리가 핵심이며, 트램 자체가 빈티지 산업 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리스본 노을 명소: 3시간 웨이팅이 아깝지 않은 이유

    리스본의 노을 명소에 대해서는 두 가지 시각이 있습니다. "포르타스 두 솔(Portas do Sol) 전망대면 충분하다"는 쪽과 "태주강(Rio Tejo) 건너 알마다(Almada)까지 가야 진짜다"는 쪽입니다. 제 경험상 이 두 곳의 결이 전혀 다릅니다.

    포르타스 두 솔 전망대는 알파마 지구 한복판에 있습니다. '태양의 문'이라는 뜻을 가진 이 전망대에서는 주황색 테라코타 지붕들이 겹겹이 쌓인 알파마 골목과 그 너머의 태주강이 한 화면에 담깁니다.

     

    해 질 녘 이곳에 앉아 바람을 맞으며 바라본 리스본의 노을은 여전히 잊을 수 없는 장면입니다. 붉게 물들어가는 강 위로 지붕들이 빛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은 설명보다 직접 봐야 하는 종류의 풍경입니다.

    반면 알마다 쪽 태주강 남쪽에 위치한 폰테 피날(Fonte Final) 레스토랑은 차원이 다른 경험을 제공합니다. 1978년 개업해 40년 넘게 같은 자리를 지킨 이 식당은, 테라스 끝자리에 앉으면 4월 25일 다리(Ponte 25 de Abril)와 리스본 스카이라인이 파노라마로 펼쳐집니다.

     

    4월 25일 다리란 1974년 포르투갈 민주화 혁명이 일어난 날을 기념해 이름 붙인 다리로, 외형이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와 흡사해 눈길을 끕니다. 문제는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상당하다는 점입니다.

     

    예약은 이메일로만 받으며 최소 두 달 전에 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오픈 30분 전부터 줄이 어마어마하게 늘어서고, 실제로 세 시간 가까이 기다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그 줄을 보면서 이게 단순히 음식 맛 때문만은 아니겠구나 싶었습니다. 이 뷰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다릴 이유가 됩니다.

    폰테 피날의 대표 메뉴는 아로즈 데 마리스코(Arroz de Marisco)입니다. 아로즈 데 마리스코란 토마토, 양파, 해산물 육수를 베이스로 해산물을 넣어 끓인 포르투갈식 쌀 요리로,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해물 국밥에 가장 가까운 음식입니다.

     

    냄비째 나오는데 먹다 보면 바닥에서 누룽지처럼 구워진 밥이 나옵니다. 그 부분이 고소해서 오히려 마지막을 더 기다려지게 만드는 구성이었습니다. 공신력 있는 포르투갈 관광청 자료에서도 리스본을 대표하는 음식 문화 체험지로 태주강 남쪽 알마다 지역을 권장합니다(출처: Visit Portugal 공식 관광청).

    요약: 포르타스 두 솔은 알파마 지붕 노을, 폰테 피날은 태주강 파노라마라는 서로 다른 결의 노을 명소이며, 폰테 피날은 최소 두 달 전 이메일 예약이 현실적입니다.

     

    리스본 한 달 살기 물가와 숙소: 실제로 계산해 보니

    리스본이 가성비 도시라는 말에 반신반의하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마트 물가를 직접 확인하고 나서 그 의심이 완전히 해소됐습니다. 리스본 시내 마트 핑구 도스(Pingo Doce)에서 장을 봤더니, 갈라사과(Gala Apple) 1kg에 1.99유로, 우리 돈으로 약 3,430원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사과 1kg이 1만 원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세 배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통닭 1마리(1kg 기준)는 2.49유로, 약 4,300원이었는데 이 가격에 오븐 로스트까지 생각하면 한 달 살기에서 자취 생활이 충분히 가능한 수준입니다.

    박갈야우(Bacalhau)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박갈야우란 소금에 절여 건조한 대구를 뜻하는 포르투갈어로, 포르투갈에서는 1년 내내 300가지 이상의 요리로 만들어 먹을 수 있다고 할 정도로 활용도가 높은 식재료입니다.

     

    마트에서 손질된 대구 400g 가격이 약 5,160원 수준이었는데, 한국에서 같은 양의 대구가 8,500원 안팎인 것을 생각하면 리스본에서 해산물 요리를 해 먹는 것이 훨씬 경제적입니다.

    숙소 측면에서는 스튜디오형 아파트(Studio Apartment)가 한 달 살기에 가장 적합한 형태로 꼽힙니다. 스튜디오형 아파트란 침실과 주방이 하나의 공간에 합쳐진 소형 주거 형태로, 장기 체류자에게는 호텔보다 훨씬 실용적입니다.

     

    제가 확인해 본 숙소는 에어컨, 스마트 TV, 인덕션, 전자레인지, 냉장고를 모두 갖춘 풀옵션이었고, 주변 트램 정류장까지 도보 5분 이내 거리였습니다. 외식 물가는 서울과 비교해 소폭 비싸거나 비슷한 수준이지만, 이렇게 직접 장을 봐서 요리해 먹으면 식비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한편, 리스본 부동산 및 임대 시장은 최근 수년간 주목받는 디지털 노매드 유입으로 가격이 상승 추세이므로, 실제 예약 전 최신 시세를 확인하는 것이 현명합니다(출처: Numbeo 리스본 생활물가 지수).

    리스본이 가성비 끝판왕이라는 말에는 동의하면서도,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외식 비용이나 관광지 입장료는 이미 인기가 올라가면서 수년 전보다 높아진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니 "무조건 저렴하다"기보다는 "장 봐서 요리하는 비중을 높일수록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고 봅니다.

    요약: 리스본 장바구니 물가는 한국 대비 과일·육류 기준 약 2~3배 저렴하며, 주방 있는 스튜디오형 아파트를 거점으로 삼을 때 한 달 살기 비용 효율이 극대화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28번 트램 소매치기가 정말 심한가요?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요?

    A. 실제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구간입니다. 저는 가방을 앞으로 메는 것만으로도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을 만큼 혼잡한 시간대에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핸드폰은 바지 앞주머니보다 점퍼 안쪽 지퍼 주머니에 넣는 것이 안전하고, 귀중품은 아예 숙소에 두고 나오는 방법도 고려할 만합니다. 이른 아침 탑승이 혼잡도와 소매치기 위험 모두를 낮추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Q. 폰테 피날 예약을 못 했는데 당일 현장 대기로 들어갈 수 있나요?

    A. 가능은 하지만 오픈 30분 전부터 줄이 시작되고 세 시간 이상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합니다. 한 달 살기처럼 날짜 여유가 있다면 현장 대기에 도전해 볼 만하지만, 짧은 여행이라면 최소 두 달 전 이메일 예약을 우선 시도하는 것이 낫습니다.

     

    예약 없이 가더라도 식당 밖 태주강 뷰 자체는 누구나 즐길 수 있습니다.

     

    Q. 리스본 대성당 보물관은 입장료가 따로 있나요?

    A. 리스본 대성당(Sé de Lisboa) 내부는 무료 입장이 가능하지만, 보물관(Tesouro da Sé)과 회랑 구역은 별도 유료 입장권이 필요합니다.

     

    보물관에는 4,000개 이상의 보석이 박힌 17kg짜리 성광(쿠스토디아)이 전시되어 있어 가톨릭 문화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추가 비용이 아깝지 않습니다. 제 경험상 보물관 없이 성당 본당만 보면 절반만 본 것과 다름없습니다.

     

    Q. 리스본 한 달 살기, 포르투갈어를 못해도 생활이 가능한가요?

    A. 영어 소통이 생각보다 잘 됩니다. 마트, 카페, 숙소 등 관광객 접촉이 많은 공간에서는 대부분 영어로 해결됩니다. 다만 골목 안쪽 작은 식당이나 현지인 대상 가게에서는 포르투갈어 기본 인사 몇 마디를 알아두면 훨씬 환영받는 분위기입니다.

     

    '오브리가두(Obrigado, 남성 감사)' 혹은 '오브리가다(Obrigada, 여성 감사)' 정도만 알아도 현지인의 표정이 달라집니다.

     

    결론

    리스본이 한 달 살기에 적합하다는 말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디지털 노매드 유입이 늘면서 일부 숙박 비용과 외식 물가가 오른 것은 사실이고, 28번 트램처럼 관광지화된 요소에 실망하는 분도 있습니다. 그 시각이 다르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확인해 본 결론은 조금 다릅니다. 장바구니 물가의 경쟁력, 트램 한 대로 연결되는 골목들, 태주강 위로 내려앉는 노을의 밀도 — 이 세 가지가 맞물리는 도시는 유럽에서 흔하지 않습니다.

     

    알파마 골목에서 파두(Fado) 소리가 흘러나오는 작은 식당 앞을 지나쳤을 때, 저는 이 도시를 서둘러 떠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감각이 한 달 살기의 진짜 이유라고 봅니다. 리스본을 고민하고 있다면, 일단 알파마 골목부터 걸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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